SF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법한 장면이 있습니다. 우주선 밖으로 튕겨 나간 악당이나 주인공이 우주복 없이 진공 상태에 노출되자마자, 눈알이 튀어나오고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결국 펑 하고 터져 죽는 끔찍한 장면 말이죠.
고전 영화 토탈 리콜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영화에서도 이런 묘사가 종종 등장하는데요. 볼 때마다 "우주는 정말 무서운 곳이구나" 하며 몸서리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요? 만약 우리가 사고로 우주복 없이 칠흑 같은 우주 공간에 내던져진다면, 영화처럼 1초 만에 몸이 산산조각 나서 터져버릴까요? 아니면 꽁꽁 얼어붙어 동상이 될까요?
정답부터 말씀드리면, 우리 몸은 터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이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진공, 극저온, 그리고 방사선이 지배하는 우주에서 맨몸의 인간이 겪게 될 충격적인 신체 변화, 그 90초간의 공포 체험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드립니다.
몸은 터지지 않는다, 다만 부풀 뿐
우주는 공기가 전혀 없는 진공 상태, 즉 기압이 0인 곳입니다. 지구에서는 대기가 우리 몸을 사방에서 꾹꾹 눌러주고 있지만(1기압), 우주에 나가면 그 누르는 힘이 사라집니다.
이렇게 되면 몸 안에 있는 공기와 가스들이 바깥으로 팽창하려고 하겠죠? 마치 산 정상에 가져간 과자 봉지가 빵빵해지는 것처럼요. 그래서 우주에 나가면 우리 몸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피하 조직의 수분이 기화되면서 몸집이 평소보다 2배 정도 퉁퉁 붓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처럼 펑 하고 터지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인간의 피부와 조직은 생각보다 아주 질기고 탄력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가죽 주머니처럼 최대한 늘어나면서 버텨주기 때문에, 몸이 터지거나 눈알이 빠지는 고어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붓기 때문에 꽤 아프고 흉측한 모습이 되겠지만요. 🎈😫
침이 끓어오르는 기이한 경험 (에블리즘)
몸이 터지는 것보다 더 소름 끼치는 현상은 바로 체액이 끓어오르는 것입니다. 과학 시간에 '산에 가서 밥을 하면 기압이 낮아서 물이 낮은 온도에서 끓는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기압이 0인 진공 상태에서는 물의 끓는점이 체온(36.5도)보다 훨씬 낮아집니다. 그래서 우리 몸속의 액체들이 열을 가하지 않아도 저절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합니다. 이를 에블리즘(Ebullism) 현상이라고 합니다.
가장 먼저 혀 위에 있는 침과 눈물이 끓어서 증발해 버립니다. 입안에서 침이 탄산음료처럼 거품이 되어 보글거리는 느낌,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나요?
실제로 1965년 NASA의 진공 실험실에서 우주복 테스트를 하던 기술자가 사고로 진공 상태에 15초간 노출된 적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구조되어 의식을 되찾은 후 그가 했던 첫마디가 "혀에 있던 침이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다"였습니다. 다만 혈액은 혈관이라는 튼튼한 튜브 속에 있고 혈압에 의해 압력을 받고 있어서 다행히 바로 끓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
절대 숨을 참지 마세요! (폐 파열의 공포)
우주에 던져졌을 때 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본능적으로 숨을 꾹 참으려고 하겠죠? 하지만 그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진공 상태에서 숨을 참으면 폐 속에 들어있던 공기가 급격하게 팽창합니다. 마치 풍선을 계속 불면 터지는 것처럼, 팽창한 공기가 갈비뼈 안에서 폐를 찢어버리게 됩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깊은 물 속에서 급상승할 때 숨을 참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폐포가 터지면 공기 방울이 혈관으로 들어가 뇌나 심장을 막아버리는 공기 색전증을 일으켜 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우주에 맨몸으로 나가게 된다면, 두려워도 폐 속의 공기를 몽땅 뱉어내야 살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집니다. 😤💨
꽁꽁 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우주는 영하 270도라며? 나가자마자 동태처럼 어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동사(얼어 죽음)는 가장 나중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우주는 춥긴 하지만 진공 상태입니다. 열을 전달해 줄 공기 입자가 없기 때문에 열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지구보다 훨씬 느립니다. 성능 좋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으면 잘 식지 않는 것과 같은 단열 효과죠.
그래서 나가자마자 1초 만에 쨍하고 얼어붙는 일은 없습니다. 몸의 열을 서서히 뺏기면서 천천히 얼어가겠죠. 물론 그전에 산소 부족으로 죽겠지만요. ❄️🧥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5초
종합해 보면, 맨몸으로 우주에 나갔을 때 우리가 의식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약 9초에서 15초입니다. 폐 속의 산소를 다 뱉어냈기 때문에 뇌로 가는 산소가 끊겨서 금방 기절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기절한 상태로 약 90초 정도가 지나면 심장이 멈추고 뇌가 손상되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사고가 나더라도 1분 30초 안에만 구조해서 다시 공기가 있는 곳으로 데려와 가압 치료를 한다면 기적적으로 살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후유증은 엄청나겠지만요.)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약하면서도, 또 생각보다 끈질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끔찍한 경험은 영화로만 보는 게 좋겠죠? 1,000억 원이 넘는다는 우주복이 비싼 값을 하는 이유가 다 있었네요.
다음 시간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지만, 실상은 지옥보다 더 끔찍한 행성인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 금성의 끔찍한 환경]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납이 녹아내리고 황산 비가 내리는 금성의 민낯, 기대해 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