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밤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달을 쳐다본 적 있으신가요? 캄캄한 밤하늘에 홀로 떠서 우리를 비춰주는 달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 달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생겨나서 저기 떠 있는 걸까요? 지구와 같이 태어난 쌍둥이일까요? 아니면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 중력에 붙잡힌 입양아일까요?
오랫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혀 온 이 난제에 대해, 현재 가장 유력하게 인정받고 있는 정설은 꽤나 충격적이고 폭력적입니다. 바로 거대 충돌설(Giant Impact Hypothesis)입니다.
아주 먼 옛날, 지구와 거대한 행성이 정면으로 충돌했고, 그 사고의 잔해들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달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즉, 달은 지구의 피와 살이 섞여 만들어진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는 것이죠. 오늘은 45억 년 전, 지구 역사상 가장 끔찍했지만 가장 위대한 결과를 낳았던 그 날의 사건 현장으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의문의 행성, 테이아의 습격
시계를 거꾸로 돌려 45억 년 전, 태양계가 막 형성되던 초기로 가봅시다. 당시의 지구는 지금처럼 푸른 행성이 아니었습니다. 표면은 펄펄 끓는 마그마로 뒤덮여 있었고, 여기저기서 화산이 폭발하는 그야말로 불지옥 같은 모습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우주 저편에서 불청객이 나타났습니다. 화성 정도 크기(지구 지름의 약 절반)의 거대한 원시 행성, 과학자들은 이 행성에 테이아(Theia)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셀레네를 낳은 어머니의 이름입니다.
테이아는 초속 15km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해 왔습니다. 그리고 콰광! 지구와 비스듬한 각도로 정면충돌했습니다. 이 충돌의 위력은 앞서 이야기했던 공룡 멸종 소행성 충돌보다 수천만 배, 아니 수억 배는 더 강력했을 것입니다.
이 충격으로 테이아는 산산조각이 나서 완전히 파괴되었고, 지구 역시 무사하지 못했습니다. 지구의 지각과 맨틀의 상당 부분이 뜯겨나가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졌고, 지구 전체가 마그마 바다로 변해버렸습니다. 지구가 하마터면 산산조각 나서 사라질 뻔했던,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습니다. 💥☄️
지구의 파편들이 뭉쳐 달이 되다
충돌 직후, 우주 공간으로 튀어 나간 테이아의 잔해와 지구의 파편들은 지구의 중력에 붙잡혀 지구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지금의 토성처럼 지구에도 거대하고 뜨거운 고리가 생겼던 것입니다.
이 고리를 이루던 뜨거운 암석 조각들과 먼지들은 서로 부딪히고 합쳐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눈덩이를 굴리면 커지듯이, 이 파편들은 서로의 중력으로 뭉치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불과 100년도 안 되는(천문학적으로는 눈 깜빡할 사이인) 짧은 시간 안에 거대한 덩어리로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우리의 달입니다. 초기에는 지구와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지금보다 10배 이상 크게 보였을 것이라고 합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거대한 달이 갓 태어난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는 풍경, 상상만 해도 압도적이지 않나요? 🌑🌪️
달이 지구의 자식이라는 증거 (DNA 검사)
이 거대 충돌설이 단순히 상상 속의 가설이 아니라 과학적인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해서 월석(달의 암석)을 지구로 가져왔을 때, 과학자들은 이 돌의 성분을 분석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달의 암석에 포함된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지구의 암석과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보통 태양계의 다른 행성이나 소행성들은 각자 고유한 성분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요. 그런데 달과 지구가 똑같다는 것은, 달이 지구와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 결과 99.9% 일치 판정이 나온 셈이죠. 달은 남이 아니라 지구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입니다. 🧬🔬
그날의 충돌이 없었다면 우리도 없었다
테이아와의 충돌은 당시 지구에는 대재앙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류에게 축복이 되었습니다.
이 충돌의 충격으로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지구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이 생겨났고,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당한 기후 리듬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달이라는 거대한 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면서 중력으로 지구를 꽉 잡아주는 덕분에 지구의 자전축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달이 만드는 밀물과 썰물 현상은 바다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들고 생명체가 육지로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죠.
결국 45억 년 전의 그 끔찍했던 교통사고(?)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도, 그리고 우리 인류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밤, 창밖의 달을 보면서 한번 말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엄마 지구한테서 떨어져 나가느라 고생 많았어, 덕분에 우리가 살고 있어!" 라고요.
다음 시간에는 SF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의 진실을 파헤쳐 봅니다. 우주복 없이 맨몸으로 우주 공간에 나가면 정말 영화처럼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터져 죽게 될까요? [우주복 없이 우주에 나가면 몸이 터질까?]에서 끔찍하고도 흥미로운 인체의 신비를 알려드릴게요. 다음 글에서 만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