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셨나요? 최강의 빌런 타노스가 자신의 고향 행성인 타이탄에서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영화 속에서 타이탄은 멸망하여 폐허가 된 붉은 행성으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이 타이탄이 상상 속의 장소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 태양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바로 토성의 가장 큰 위성, 타이탄(Titan)입니다.
놀랍게도 실제 타이탄은 영화 속 폐허와 달리,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환경을 가진 쌍둥이 같은 천체입니다. 두꺼운 대기가 있고,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강이 흐르고, 거대한 바다까지 출렁이는 곳이죠. 물론 그 비와 바다가 물이 아니라는 점만 빼면 말이죠.
오늘은 인류가 미래에 이주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이자, 생명체 발견의 기대감이 가장 높은 곳. 신비로운 주황색 안개에 싸인 타이탄으로 떠나보겠습니다.
태양계 유일, 대기를 가진 위성
타이탄은 수성보다도 덩치가 큰,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위성입니다. (1등은 목성의 가니메데입니다.) 하지만 타이탄이 특별한 진짜 이유는 크기가 아니라 바로 대기입니다.
대부분의 위성은 달처럼 공기가 거의 없는 진공 상태입니다. 하지만 타이탄은 지구보다 무려 1.5배나 더 짙고 두꺼운 대기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기의 주성분도 지구처럼 질소(약 95% 이상)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타이탄 표면에 서 있다면 어떨까요? 기압이 지구보다 약간 높아서 우주복 없이 산소 마스크와 두꺼운 방한복만 입으면 걸어 다닐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타이탄의 중력이 지구의 7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약하고 공기는 빽빽하기 때문에, 팔에 날개를 달고 힘껏 파닥거리면 새처럼 하늘을 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나요? 🦅☁️
물 대신 석유가 비처럼 내리는 세상
타이탄의 하늘은 짙은 주황색 안개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 안개를 뚫고 지표면을 들여다보면, 지구처럼 강줄기가 굽이치고 거대한 호수와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와, 물이다! 생명체가 있겠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물(H2O)이 아닙니다. 타이탄의 평균 온도는 영하 179도로, 물은 꽁꽁 얼어서 마치 돌멩이처럼 단단한 암석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출렁이는 액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액체 메탄과 에탄입니다. 지구에서는 가스 상태로 존재하는 천연가스 성분들이, 이곳에서는 너무 추워서 액체 상태로 비가 되어 내리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만든 것입니다.
지구의 물 순환 시스템과 똑같이, 타이탄에서는 메탄 순환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메탄 구름에서 메탄 비가 내리고, 그게 모여 메탄 호수가 되고, 다시 증발해서 구름이 되는 것이죠. 타이탄에 있는 호수 하나의 석유 매장량이 지구가 가진 모든 석유보다 수백 배 많다고 하니, 우주 최고의 주유소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네요. ⛽🌧️
생명체는 존재할까?
물은 없지만 과학자들은 타이탄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을 아주 높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지구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메탄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독특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서 숨을 쉬듯이, 액체 메탄 바닷속을 헤엄치며 수소를 먹고 아세틸렌을 배설하는 미생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발견된다면 "생명체 = 물"이라는 우리 과학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리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
잠자리 드론이 날아간다 (드래곤플라이 미션)
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NASA는 야심 찬 계획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2027년에 발사되어 2034년경 타이탄에 도착할 예정인 탐사선 드래곤플라이(Dragonfly)입니다.
이름 그대로 잠자리처럼 8개의 로터(프로펠러)가 달린 대형 드론입니다. 화성 탐사선들이 바퀴로 느릿느릿 기어 다녔다면, 드래곤플라이는 타이탄의 빽빽한 대기를 이용해 하늘을 날아서 이동합니다.
한 장소에서 탐사를 마치면 윙~ 하고 날아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장소로 점프하듯 이동하며, 타이탄의 모래 언덕과 메탄 바다의 성분을 직접 분석할 계획입니다. 인류가 보낸 드론이 지구 밖 천체의 하늘을 누비는 모습,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나요?
타노스는 없지만, 어쩌면 타노스보다 더 놀라운 생명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위성 타이탄. 2030년대가 되면 우리는 주황색 하늘 아래 펼쳐진 검은 메탄 바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일론 머스크가 진지하게 믿고 있다는 충격적인 가설! [이 세상이 진짜가 아니라고? 시뮬레이션 우주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 만든 매트릭스 게임 속이라면? 소름 돋는 논리들을 다음 글에서 만나보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