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서쪽 하늘이나 동트기 전 동쪽 하늘을 보면 유난히 밝고 영롱하게 빛나는 별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샛별이라고 불렀고, 서양에서는 미의 여신 비너스(Venus)의 이름을 붙여준 행성, 바로 금성입니다.
지구와 크기도 비슷하고, 질량도 비슷해서 한때는 지구의 쌍둥이 행성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름도 예쁘고 반짝이는 모습이 매혹적이라서, 옛날 SF 소설에서는 금성을 열대 우림이 우거진 낙원처럼 묘사하기도 했죠.
하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탐사선을 보내본 결과, 금성은 낙원이 아니라 태양계에서 가장 끔찍하고 가혹한 지옥 그 자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차라리 척박한 화성에 가는 게 천국이라고 느껴질 만큼 금성의 환경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온도는 납을 녹일 정도로 뜨겁고, 하늘에서는 황산 비가 내리는 죽음의 행성. 도대체 왜 금성은 이렇게 망가져 버린 걸까요? 옛날에는 지구처럼 바다도 있었다는데 말이죠. 온실효과의 끝판왕, 금성의 무시무시한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납도 녹여버리는 460도의 열기
금성은 태양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행성입니다. 첫 번째인 수성보다 멀리 떨어져 있죠. 상식적으로는 태양과 가장 가까운 수성이 제일 뜨거워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금성이 수성보다 훨씬 더 뜨겁습니다.
금성의 평균 표면 온도는 무려 464도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오시죠? 우리가 요리할 때 쓰는 오븐의 최고 온도가 보통 250도 정도입니다. 금성은 그보다 두 배 가까이 뜨겁습니다. 금속인 납(Pb)을 금성 표면에 두면 마치 여름날 아이스크림처럼 줄줄 녹아내려 버립니다.
이렇게 뜨거운 이유는 바로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 때문입니다. 금성의 대기는 96%가 이산화탄소로 꽉 차 있습니다. 이 두꺼운 이불이 태양에서 들어온 열기를 밖으로 절대 내보내지 않고 가둬버리는 폭주 온실효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면 어떤 모습일지를 미리 보여주는 끔찍한 예시인 셈이죠. 🔥🥵
짓누르는 기압과 황산 비의 공포
만약 최첨단 에어컨이 달린 우주복을 입고 금성에 착륙한다면 살 수 있을까요? 아니요, 내리자마자 1초 만에 찌그러져 버릴 겁니다.
금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약 90배에 달합니다. 이는 지구의 바다 깊숙이 1,000m 심해에 들어갔을 때 받는 수압과 맞먹는 압력입니다. 튼튼한 강철 잠수함도 찌그러질 정도의 압력이 전신을 짓누르기 때문에, 인간이 맨몸으로 내린다면 그 즉시 압사당하게 됩니다.
게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노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데, 여기서 내리는 비는 시원한 물이 아닙니다. 바로 진한 황산(H2SO4) 비입니다. 피부에 닿는 순간 뼈까지 녹여버릴 맹독성 비가 내리는 거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금성 표면이 너무 뜨거워서, 이 황산 비는 땅에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증발해 버립니다. 대신 금성 대기권은 증발한 황산 가스로 가득 차 있어서, 숨을 쉬는 것조차 불가능한 독가스실이나 다름없습니다. ⚓️☠️
소련 탐사선의 처참한 최후
이렇게 설명만 들으면 실감이 잘 안 나시죠? 실제로 인류는 용감하게도 이 지옥에 탐사선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1970~80년대, 당시 우주 경쟁을 하던 소련은 베네라(Venera)라는 탐사선을 금성 표면에 착륙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초기 탐사선들은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공중에서 찌그러져 폭발했거나, 착륙하자마자 고열 때문에 녹아내려 고철이 되었습니다.
가장 오래 버틴 베네라 13호조차 착륙 후 겨우 127분(약 2시간)을 버티고 신호가 끊겼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전송해 준 몇 장의 흑백 사진이 인류가 가진 유일한 금성 표면의 모습입니다. 황량한 돌밭과 으스스한 노란 하늘, 그곳은 정말로 아무도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었습니다.
금성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
과학자들은 아주 먼 옛날, 금성에도 지구처럼 푸른 바다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온실효과가 폭주했고, 바다가 모두 증발해 지금의 불지옥이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금성은 "너희 지구도 온실가스 관리 안 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라고 온몸으로 경고하고 있는 반면교사 행성이 아닐까요? 밤하늘의 아름다운 샛별을 보며, 지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다음 시간에는 로켓을 타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가는 꿈 같은 기술! [로켓 대신 엘리베이터 타고 우주 여행?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잭과 콩나무처럼 하늘로 뻗은 동아줄을 타고 우주 호텔로 가는 날이 정말 올까요? 다음 글에서 만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