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ponsive Advertisement

우리 은하가 어딘가로 빨려 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거인 '거대 인력체'의 공포

우리 은하
<이미지 출처: https://www.pixabay.com>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은하들은 서로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마치 풍선에 점을 찍고 불면 점들 사이가 멀어지는 것처럼요.

그런데 천문학자들이 우리 은하 주변을 조사하다가 아주 기이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은하를 포함해서 안드로메다은하, 처녀자리 은하단 등 주변에 있는 수천, 수만 개의 은하들이 우주 팽창을 거스르고 전부 다 어딘가 한곳을 향해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배수구로 물이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혹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은하들을 움켜쥐고 끌어당기는 것처럼 말이죠.

도대체 저기 무엇이 있길래 수억 광년 떨어진 은하들까지 통째로 끌어당기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중력 덩어리에 거대 인력체(Great Attractor)라는 웅장하고도 무시무시한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오늘은 우주 지도를 다시 그리게 만든 이 거대한 미스터리를 추적해 봅니다.

은하들의 무덤? 볼 수 없는 그곳

거대 인력체는 지구에서 약 2억 5천만 광년 떨어진 곳, 바다뱀자리와 센타우루스자리 방향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의 중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질량이 태양의 수만 조 배, 우리 은하의 수만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쪽을 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필이면 거대 인력체가 위치한 방향이 우리 은하의 중심부와 딱 겹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은하 중심에는 빽빽한 별들과 가스, 먼지 구름이 가득 차 있어서 그 뒤쪽 우주를 가려버립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지역을 회피대(Zone of Avoidance)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관측을 피하고 싶은, 아무것도 안 보이는 답답한 구역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한때는 "저 너머에 우주를 집어삼키는 초거대 블랙홀이 있는 거 아니냐", "우주 멸망의 구멍이다" 같은 괴담이 돌기도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데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으니 공포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겠죠. 🙈🔭

라니아케아, 우리의 진짜 집주소

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엑스선과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먼지와 가스를 뚫고 그 너머를 관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드디어 거대 인력체의 정체가 어느 정도 밝혀졌습니다.

거대 인력체는 단일 천체나 블랙홀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거대한 은하들이 엄청나게 밀집해 있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Laniakea Supercluster)의 중심부였습니다.

라니아케아는 하와이어로 헤아릴 수 없는 천국이라는 뜻입니다. 알고 보니 우리 은하도, 안드로메다은하도 모두 이 라니아케아라는 거대한 은하 도시의 변두리 시골 마을에 속해 있었던 것입니다. 거대 인력체는 이 거대 도시의 도심, 즉 가장 무겁고 붐비는 중심가였던 셈이죠. 우리는 중력이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도심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우리는 결국 빨려 들어가서 부딪힐까?

그렇다면 우리 은하는 결국 거대 인력체까지 끌려가서 다른 은하들과 충돌하고 파괴될 운명일까요? 초속 60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부딪히지 않을까요?

다행히 과학자들은 "그럴 일은 없다"라고 말합니다. 거대 인력체가 우리를 강력하게 당기고 있는 건 맞지만, 우주 전체를 팽창시키는 암흑 에너지의 힘이 더 세기 때문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는 러닝머신 위에서 거대 인력체 쪽으로 열심히 뛰어가고 있지만, 러닝머신 바닥(우주 공간)이 뒤로 더 빠르게 밀려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대 인력체를 향해 가고는 있지만, 실제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짝사랑인 셈이죠.

우주는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거대 인력체의 발견은 우리에게 우주가 단순히 텅 빈 공간에 은하들이 흩뿌려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우주는 마치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거대한 구조(Cosmic Web)를 이루고 있고, 은하들은 그 줄을 따라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는 것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천 개의 은하를 조종하고 있는 거대한 손, 거대 인력체. 비록 우리가 그곳에 닿을 일은 없겠지만, 우리가 속한 이 우주가 얼마나 거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하면 왠지 모를 전율이 느껴집니다. 이를 코스믹 호러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코스믹 뷰티라고 해야 할까요?

다음 시간에는 적막한 줄로만 알았던 우주 공간이 사실은 기괴한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 [우주는 정말 고요할까? 소름 돋는 우주의 소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토성의 비명 소리와 지구의 합창 소리,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다음 글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