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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분석] ASL 프로토스의 위기, 테란의 '배제'를 흔들어라

안녕하세요, ASL 포커스의 김 팀장입니다. 

요즘 ASL 경기를 챙겨볼 때마다 프로토스 유저로서 깊은 한숨이 나옵니다. ASL의 시대 흐름을 짚어보면, 초창기 이영호 시대를 시작으로 춘추전국시대, 김명운 시대, 또 한 번의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어중테(실력이 어중간한 테란들) 시대를 지나 김민철 시대, 그리고 지금의 '짭제' 박상현 시대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치열한 흐름 속에서 테란과 저그의 시대가 번갈아 오고 있지만, 프로토스는 슬프게도 그저 '밑반찬' 취급을 받는 암울한 시기가 계속되고 있어요.

오늘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현재 프로토스가 겪고 있는 다전제에서의 대 테란전(PvT)의 구조적 한계와 그 해법을 제 직장 생활의 시선에 빗대어 분석해 보겠습니다.

테란의 '배제'를 흔들어라
테란의 '배제'를 흔들어라

사라진 프로토스의 시대 

프로토스 팬분들이라면 KSL 시즌3 시절을 잊지 못하실 겁니다. 무려 4강에 4명의 프로토스(정윤종, 장윤철, 변현제, 송병구)가 올라갔던 그 찬란했던 시대 말입니다. 당시 정윤종 선수는 같이 4강에 올라간 세 선수를 상대로 무려 11승 1패라는 압도적인 다전제 전적(vs 송병구 3:0, vs 장윤철 4:0, vs 변현제 4:1)을 기록하며 시대를 완벽하게 지배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ASL 시즌1에서 21까지 역대 프로토스 우승자는 단 3명(김윤중, 정윤종, 변현제) 밖에 없어요. 최근 시즌21 8강에서는 현재 최고의 폼을 자랑하는 프로토스인 장윤철도 이영호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면서 4강에 프로토스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종족 상성상 열위인 저그전은 그렇다쳐도, 상성상 우위에 있는 테란전에서 프로토스가 대체 왜 이렇게 약해진 걸까요? 특히 다전제 테란전에서 프로토스 선수들이 잘 무너지고 있는데요.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는 테란의 '극단적인 배제'를 너무 쉽게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테란의 '다크 배제', 리스크를 강제해야 한다

현재 대 테란전에서 프로토스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테란들이 프로토스의 다크 템플러를 너무 심하게 배제한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로 치면, 경쟁사가 우리의 특정 신제품(다크 템플러) 출시 확률이 낮다고 판단하고 그에 대한 방어 예산(엔지니어링 베이나 터렛)을 완전히 삭감해 버린 채 공격적인 찌르기에만 올인하는 셈입니다.

최근 이영호 선수와 장윤철 선수의 다전제에서도 이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장윤철 선수는 리버에 대한 기댓값이 엄청 높아서 리버만 주로 가는 경향이 있었고, 이를 간파한 이영호 선수는 다크를 아예 배제하는 완벽한 판짜기를 들고나왔죠.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면 프로토스는 다전제에서 억지로라도 '다크 드랍' 빌드를 섞어 써야 합니다. 테란이 다크를 배제했을 때 얻는 이익보다 리스크가 훨씬 크다고 느끼게 만들어야만 테란의 배제 플레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크 드랍이 만드는 심리전의 우위

다크 드랍을 실전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19 넥서스 후 19 아둔(인구수 19 타이밍에 넥서스를 지어서 확장을 먹고, 동시에 아둔까지 올리는 빌드오더)'을 올리면서 파일런 하나를 스킵하고 원 게이트에서 프로브를 쉬지 않고 찍어주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혹은 도재욱 선수의 스타일처럼 19 넥서스 후 드라군 사거리 업그레이드를 누르고 4드라군과 함께 다크 드랍을 시도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전략을 써서 비록 지더라도 상대가 그 전략을 계속 의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즉 테란이 생각해야 할 경우의 수를 늘려서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죠. 경기 시작 후 6분 이내에 다크 드랍을 떨어뜨려 상대가 어쩔 수 없이 외곽에 터렛만 박게 만들어도 프로토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내가 다양한 포트폴리오(전략)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대의 뇌리에 심어주어야만, 이후 평범한 정석 운영으로 승부할 때 동등하거나 더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어요.

탄탄한 기본기가 있어야 심리전도 산다

물론 이런 고도의 심리전과 판짜기가 통하려면 탄탄한 기본기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가끔 초보자분들이 국밥처럼 든든한 쉬운 빌드를 찾으시며 무작정 '노게이트 더블 넥서스(게이트도 없이 멀티 먼저 선점하는 빌드오더)'나 '투게이트 하드코어 질럿 러쉬(초반부터 게이트 2개에서 질럿을 계속 찍는 아주 공격적인 초반 전략)'만 고집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저그전은 '포지 더블넥(포지를 지어 캐논으로 입구를 막고 안전하게 빠른 멀티 먹는 전략)', 테란전은 '3드라군 더블(초반에 드라군 3기를 확보하고 멀티를 가져가는 빌드)' 같은 가장 스탠다드한 기본 빌드부터 확실하게 마스터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테란의 굳건한 방어벽과 저그의 폭발적인 물량 틈바구니에서 프로토스가 다시 주연으로 도약하려면,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를 끊임없이 던져주어야 합니다. 내일 하루, 여러분의 직장 생활에서도 익숙한 매뉴얼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유연한 기획안 하나쯤 던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김 팀장의 오늘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