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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리뷰] ASL 시즌21 4강 2경기 리뷰 - 차원이 다른 최적화, S급을 압살한 ‘최종병기’의 서늘한 속도

안녕하세요, ASL 포커스의 김 팀장입니다.오늘 하루도 각자의 업무 전선에서 버텨내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제저녁, 퇴근길에 닭강정과 맥주를 잔뜩 사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영호 선수와 이재호 선수의 테란 대 테란전(테테전) 4강이었으니까요. 보통 최상위권 테란들의 다전제는 자리 잡기와 소모전으로 기본 2~3시간은 걸리기 마련입니다. 단단히 밤을 새울 각오로 모니터 앞에 앉았는데, 웬걸요. 중간 휴식 시간을 빼면 실제 경기 시간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4-0, 그야말로 압도적인 셧아웃이었습니다.

경기를 보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팬들의 탄식과 경악에 저 역시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재호 선수가 결코 못하는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초보자처럼 휩쓸려버렸거든요. 오늘은 압도적인 재능과 최적화가 만들어낸 이 잔혹한 4강전을 제 직장 생활의 시선에 녹여 생생하게 리뷰해 보겠습니다.

차원이 다른 최적화, S급을 압살한 ‘최종병기’의 서늘한 속도
차원이 다른 최적화, S급을 압살한 ‘최종병기’의 서늘한 속도

어나더 레벨의 차이, 숨 막히는 '최적화'와 '속도'

테테전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이영호 선수는 단 4경기 만에 완벽히 박살 냈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가장 소름 돋았던 것은 그의 미친듯한 '속도'와 '최적화'였습니다.

1세트 애티튜드에서부터 그 격차가 드러났습니다. 똑같이 벌처로 출발했지만, 이영호 선수는 단 1초의 낭비도 없이 자원을 짜내어 골리앗을 조합해 이재호의 방어선을 부숴버렸죠. 4세트 폴스타에서도 이재호 선수가 쫓아가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영호 선수는 이미 멀티를 앞서가며 드랍십 견제와 중앙 장악을 동시에 해내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간을 쓰는데 어떻게 유닛이 더 많고 진출 타이밍이 빠른지, 모니터를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직장 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면, 이른바 '어나더 레벨'로 불리는 에이스들을 만나게 됩니다. 남들과 똑같은 8시간을 근무하는데, 그 친구가 뽑아내는 기획안의 퀄리티와 업무 처리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이재호 선수 역시 이번 시즌 내내 엄청난 폼을 보여준 S급 임원진 같은 존재였지만, 어제 이영호 선수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마치 혼자만 미래에서 기관총을 들고 와서 싸우는 듯한, 아예 체급 자체가 다른 글로벌 CEO의 모습이었습니다.

승부를 가른 '디테일'과 뼈아픈 '상황 판단'

이번 다전제에서 가장 뼈아팠던 순간은 2세트 녹아웃 경기였습니다. 많은 스타 팬분들이 이 장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셨을 텐데요, 이재호 선수가 6탱크 4벌처를 이끌고 이영호 선수의 시즈모드 된 5탱크 라인에 무작정 들이받았다가 전멸해 버린 교전 말입니다.

당시 이영호 선수는 탱크로 상대의 유닛을 정확히 점사하고 있었지만, 마음이 급해진 이재호 선수의 탱크들은 엄한 마인만 때리다가 허무하게 녹아내렸습니다. 3세트 제인 도 경기에서도 이영호 선수는 마인을 절묘하게 매설해 이재호의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유리한 능선을 완벽히 장악해 버렸죠. 싸워야 할 자리와 피해야 할 자리를 귀신같이 아는 이영호 선수의 '싸움 각' 보는 능력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했습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자본(유닛)이 많아도, 이미 경쟁사가 철저하게 선점하고 특허 장벽(시즈모드 라인)을 쳐놓은 레드오션에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자살 행위입니다. 불리할수록 냉정하게 전황을 파악하고 우회로를 찾거나 다음 테크트리를 준비해야 하는데, 기세에 짓눌린 이재호 선수는 조급함에 치명적인 오판을 연발하고 말았습니다. 그 냉정했던 이재호 선수가 벽을 느낀 듯 허탈하게 헛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며, 같은 직장인으로서 참 씁쓸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논란을 덮어버린 악마적 재능, 그리고 풀어버린 '벨트'

사실 어제 중계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외적 요소는 이영호 선수가 경기 중간중간 바지 벨트를 푸는 장면이었습니다. 피씨방에서 컵라면 먹으며 밤샘 게임을 할 때나 하던 그 친숙한 행동을 결승행이 걸린 4강 무대에서 보여주다니요. 그만큼 본인이 경기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가장 편안한 '갓모드' 상태에 진입했다는 무언의 시위처럼 느껴져서 묘한 전율이 일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실시간 반응에는 이영호 선수의 과거의 개인적인 논란 때문에 그를 향한 싸늘한 시선과 비난이 여전히 가득했습니다. 저 역시 한때 그 사건에 크게 실망했던 팬으로서, 그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마음 한구석으로는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보여준 경기력만큼은 도저히 깔 수가 없었습니다. "밉고 싫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정말 신의 경지다"라는 한 시청자의 감상평이 정확히 제 마음이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인성이나 과거의 과오 때문에 정말 꼴 보기 싫은 상사가 있지만, 그 사람이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통찰력으로 실적을 견인해 낼 때는 속으로 굴복하게 되는 그런 복잡한 감정과 같았습니다. 과거 테테전으로 이영호를 셧아웃 시켰던 정명훈 선수가 유독 그리워하는 팬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남겨진 마지막 무대, 창과 방패의 대결

결국 단 한 세트의 반격도 허용하지 않은 채 이영호 선수가 4-0으로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이로써 오는 24일, 디펜딩 챔피언이자 현존 최강의 폼을 자랑하는 '현교수' 박상현 선수와 5회 우승을 노리는 '최종병기' 이영호 선수의 역대급 결승전이 성사되었습니다.

현 메타의 모든 것을 비틀어버리는 박상현 선수의 창이 날카로울까요, 아니면 숨 막히는 최적화와 기본기로 무장한 이영호 선수의 방패가 단단할까요? 어제 경기를 보고 나니 과연 저그가 이 기계 같은 테란을 이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박상현 선수라면 또 다른 차원의 심리전을 준비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2세트의 이재호 선수처럼 무리하게 벽에 들이받기보다는, 이영호 선수처럼 철저하게 준비하고 최적화된 동선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현명한 하루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대망의 결승전 리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다들 푹 쉬시고 편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