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ponsive Advertisement

[분석/리뷰] ASL 시즌21 4강 1경기 총평 - 고집과 변칙의 충돌, 그리고 증명된 S급의 품격

고집과 변칙의 충돌, 그리고 증명된 S급의 품격
고집과 변칙의 충돌, 그리고 증명된 S급의 품격

안녕하세요, ASL 포커스의 김 팀장입니다. 오늘 하루도 각자의 전장에서 치열하게 버텨내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퇴근길에 미리 주문해 둔 보쌈을 식탁에 세팅하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소주 한 병을 꺼내어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기적을 쓰며 올라온 4티어 신상문 선수와 현존 최강의 저그 박상현 선수의 4강전. 혹시라도 일방적인 경기가 될까 조마조마했지만, 나름대로 언더독의 반란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생중계를 켰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4-1, 박상현 선수의 완벽한 결승 진출이었습니다. 승부의 세계가 보여준 냉혹한 현실과 두 선수의 엇갈린 명암을 제 직장 생활의 시선에 녹여 생생하게 리뷰해 보겠습니다.

직구만 던지는 투수와 다변화에 실패한 포트폴리오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제 입에서는 깊은 탄식이 새어 나왔습니다. 1세트부터 5세트까지, 신상문 선수는 오로지 투 스타포트 레이스라는 단 하나의 전략만을 고집했습니다.

속으로 제발 발키리 한두 기만 섞어주지, 아니면 빠른 사이언스 베슬로 체제 전환이라도 시도해 보지 하는 안타까움이 솟구쳤습니다. 투 스타포트라는 강력한 160km짜리 직구도 상대가 계속 타석에서 보다 보면 결국 타이밍을 맞추고 홈런을 때려내기 마련입니다. 박상현 선수가 히드라리스크와 스컬지로 수비 라인을 단단히 굳히고 있는데도, 신상문 선수는 끝까지 같은 루트만 고집하다 허무하게 공중권을 내주고 말았죠.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뼈저리게 느끼는 진리가 있습니다. 과거에 대박을 쳤던 단일 성공 모델(투 스타포트)에만 취해 후속 R&D나 포트폴리오 다변화(체제 전환)를 게을리하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것입니다. 상대는 이미 우리 전략을 다 분석하고 방어막을 쳤는데, 낡은 매뉴얼만 들고 돌격하는 실무진을 보는 것 같아 같은 직장인으로서 가슴이 참 답답했습니다.

완벽한 리스크 헤징, 현교수의 소름 돋는 디테일

신상문 선수의 고집스러움과 대비되어, 박상현 선수의 위기관리 능력은 그야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가장 압권이었던 장면은 2세트 제인 도 경기였습니다. 레이스 부대가 뭉쳐있는 곳에 퀸의 인스네어 끈끈이를 정확하게 덮어씌울 때, 거실에서 저도 모르게 육성을 터뜨렸습니다. 레이스의 기동성을 완전히 죽여버린 이 한 방은 신상문 선수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치명타였죠. 3세트 옥타곤에서도 박상현 선수의 디테일은 빛났습니다. 신상문 선수가 회심의 벌처 드랍을 시도했을 때, 일꾼을 빼는 것이 아니라 드론 버로우를 통해 피해를 제로로 수렴시키는 장면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S급 에이스의 품격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돌발 변수와 기습적인 클레임(견제)이 끊임없이 들어옵니다. 이때 허둥지둥하며 예산을 낭비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 박상현 선수처럼 인스네어나 버로우 같은 철저한 플랜 B(리스크 헤징 수단)를 미리 깎아와서 위기를 오히려 역공의 기회로 삼는 진짜 에이스들이 있습니다. 오늘 박상현 선수는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이 무엇인지 완벽한 수행 능력으로 증명했습니다.

냉혹한 S급 판독기와 언더독의 한계

물론 신상문 선수도 호락호락하게 무너지진 않았습니다. 3세트 옥타곤에서 기가 막힌 1시 몰래 멀티 승부수와, 사이언스 베슬을 동반한 날카로운 한 방 타이밍 러시로 울트라리스크를 녹여내며 한 세트를 만회했죠. 그 순간만큼은 전성기 시절의 번뜩이는 총기가 엿보여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4세트와 5세트, 하이브 체제로 넘어가 디파일러의 다크스웜과 방4업 울트라리스크가 전장을 휩쓸기 시작하자 4티어의 기적도 결국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압도적인 기본기와 상황 대처 능력을 앞세운 챔피언 앞에서, 변칙과 노림수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냉정한 S급 판독기의 현실을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생태계도 비즈니스와 다르지 않습니다. 요행과 한두 번의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일시적인 성과를 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흔들리지 않는 펀더멘털과 유연한 대처 능력입니다.

새로운 무대를 향한 기대

다행스럽게도 오늘 결과 덕분에 4강전이 테란 대 테란으로 도배되는 참사는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박상현 선수가 결승에 선착하면서, 이제 반대편 대진에서 이영호 선수와 이재호 선수 중 승리하는 최강의 테란과 맞붙게 될 텐데요.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해지는 매치업입니다.

비록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하긴 했지만, 24강부터 쟁쟁한 강자들을 꺾고 올라와 우리에게 낭만을 선사해 준 신상문 선수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숨 막히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2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쓴 박상현 선수의 단단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막막했던 업무 지시 속에서 박상현 선수처럼 완벽한 해답을 찾아내는 에이스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남은 소주 한 잔 비우면서 오늘 리뷰는 마무리하겠습니다. 다들 편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