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https://www.pixabay.com>
살아가면서 "아, 그때 그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그때 그 사람에게 고백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 다들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섭니다. 그리고 하나의 길을 선택하는 순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가능성은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만약,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 길을 걷고 있는 또 다른 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비트코인 대박이 나서 호화로운 요트를 타고 있는 나, 첫사랑과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고 있는 나, 혹은 완전히 망해서 길거리에 나앉은 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나 스파이더맨에서 지겹도록 나오는 멀티버스(Multiverse), 즉 평행우주 이론은 단순한 만화적 상상이 아닙니다. 현대 물리학, 그중에서도 가장 난해하다는 양자역학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과학적 가설 중 하나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뇌가 말랑말랑해지는 신비한 평행우주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과연 저 문너머에는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할까요? 🌌🚪
선택의 순간마다 우주가 갈라진다 (다세계 해석)
평행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대중적인 이론은 바로 다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tion)입니다. 1957년 휴 에버렛 3세라는 물리학자가 처음 제안한 이 이론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우주가 세포 분열하듯이 갈라진다고 설명합니다.
아주 쉬운 예로 점심 메뉴를 고르는 상황을 생각해 볼까요? 여러분이 짜장면과 짬뽕 중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여러분은 "짜장면 주세요!"를 외치고 맛있게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평행우주 이론에 따르면, 그 순간 우주는 두 개로 쪼개집니다.
우주 A: 짜장면을 선택하고 옷에 춘장을 튀기며 먹는 내가 사는 우주
우주 B: 짬뽕을 선택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국물을 마시는 내가 사는 우주
이 두 우주는 그 시점부터 서로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가며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선택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이나 되죠? 그 모든 순간마다 우주가 무한히 가지를 치며 뻗어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우주 어딘가에는 대통령이 된 나도, 록스타가 된 나도, 억만장자가 된 나도 존재할 확률이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았을까?
도대체 과학자들은 왜 이런 황당한 상상을 하게 된 걸까요? 그 배경에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시 세계의 법칙, 양자역학이 있습니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전자 같은 작은 입자가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는 중첩 상태로 존재합니다. 관측하기 전까지는 A 상태와 B 상태가 동시에 공존하다가, 누군가 들여다보는(관측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는 것이죠.
이것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사고 실험이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입니다. 상자 안에 고양이와 독가스 장치를 넣어둡니다. 독가스가 나올 확률은 50%입니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고양이는 어떤 상태일까요? 양자역학적으로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상자를 여는 순간 생사가 결정되죠.
하지만 다세계 해석에서는 다르게 말합니다. 상자를 여는 순간, 고양이가 살아있는 우주와 고양이가 죽어있는 우주로 갈라진다고요. 즉, 가능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모든 가능성이 각각의 우주에서 실현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주는 무한한 가능성의 도서관과도 같습니다. 🐈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무한한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까요?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차원의 문을 열고 건너가서 "거기서는 주식 샀니?"라고 물어볼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현재의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정답은 불가능하다입니다. 갈라진 우주들은 마치 기찻길의 평행선처럼 나란히 달릴 뿐, 서로 교차하거나 소통할 수 없습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없는 완전히 남남인 상태로 분리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결어긋남(Decoherence)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다른 우주로 이동하려면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입자의 정보를 재배열하거나, 우주 전체의 에너지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의 우리는 이 우주에 갇혀 살아갈 운명인 것이죠.
평행우주가 주는 묘한 위로
비록 만날 수는 없지만, 평행우주 이론은 우리에게 묘한 철학적 위로를 건네기도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후회를 합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인생이 더 행복했을 텐데"라고 자책하면서요.
하지만 평행우주가 진짜라면, 내가 가지 않은 그 길을 걷고 있는 또 다른 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지금 내가 실패하고 좌절하고 있더라도, 저쪽 우주의 나는 성공해서 환하게 웃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지금 내가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다른 우주의 나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기적일 수도 있겠죠.
모든 가능성이 어딘가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나의 선택이 전부는 아니라는 여유를 줍니다. 그러니 지나간 선택에 너무 얽매여 괴로워하지 마세요. 그 짐은 다른 우주의 나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지금 발 딛고 있는 이 우주(지구-1218?)에서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면 되니까요.
다음 시간에는 [외계 문명의 등급, 카르다쇼프 척도와 다이슨 스피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태양을 통째로 감싸서 에너지를 뽑아 쓰는 먼치킨 외계 문명의 스케일, 상상이나 가시나요? 다음 글에서 만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