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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리뷰] ASL 시즌21 16강 D조 리뷰 - 1박 2일의 혈투, 낭만의 레이스와 숨 막히는 기초 체력

황병영의 드랍쉽을 격추하는 신상문의 레이스 (출처: 경기 실황 캡쳐)

안녕하세요, ASL 포커스의 김 팀장입니다. 다들 어제 1박 2일로 이어진 4테란 조의 혈투를 시청하시느라 오늘 출근길 꽤나 피곤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퇴근 후 집에서 생중계를 켜놓고 보다가, 새벽까지 경기가 끝나지 않아 결국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모니터 앞을 지켰습니다.

경기 전부터 지루한 테테전(테란 대 테란)만 5세트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 시청을 패스하겠다는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저 역시 래더에서 테테전을 할 때면 탱크 라인 긋고 스캔 뿌리며 자리 싸움하는 것에 진이 빠져서 금방 지쳐버리거든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D조는 4티어 언더독의 기적과 베테랑의 묵직한 집념이 어우러진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순위선수명결과
1위신상문8강 진출
2위이재호8강 진출
3위김지성탈락
4위황병영탈락

가장 지루할 뻔했던 조를 가장 재미있게 만들어준 두 진출자의 활약상을 제 직장 생활의 시선에 빗대어 생생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신상문 - 매뉴얼을 부순 미라클 보이의 투스타 레이스 기획력

어제 실시간 채팅창에서 가장 많이 보인 반응 중 하나가 "테테전이 졸리다고? 웃기지 마라!"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4티어의 기적을 쓰며 조 1위로 진출한 미라클 보이 신상문 선수가 있었습니다.

직전 시즌 4위 황병영 선수와 ASL 우승자 출신 김지성 선수를 상대로 신상문 선수가 꺼내든 카드는 모두의 예상을 깬 투스타포트 레이스였습니다. 다들 지상군으로 단단하게 라인을 긋는 정석 싸움을 준비할 때, 신상문 선수는 제공권을 장악해 상대방의 혼을 쏙 빼놓았죠. 전성기 시절 '레이스의 왕자'라 불리던 그 폼 그대로였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남들이 다 쓰는 뻔한 템플릿과 매뉴얼로 제안서를 채울 때, 완전히 새로운 시각 자료와 접근법(투스타 레이스)을 들고 와서 임원진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기획의 달인들이 있습니다. 신상문 선수가 딱 그랬습니다. 뻔한 물량 싸움을 피하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변칙적인 찌르기로 승부를 본 것입니다. 우승자를 압도하며 3전 전승으로 8강에 직행한 그의 모습을 보며, 낡은 방식을 깨부수는 파괴적 혁신이 얼마나 무섭고 매력적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이재호 -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기초 체력의 승리

신상문 선수가 화려한 기획력으로 승리했다면, 2위로 진출한 이재호 선수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 업무의 기초 체력 그 자체를 보여주었습니다. 패자전에서 황병영 선수를 단단한 운영으로 제압한 뒤, 김지성 선수와의 최종전에서는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하는 피 말리는 장기전을 펼쳤습니다.

특히 옥타곤에서 펼쳐진 최종전 3경기는 하이라이트였습니다. 1시 방향으로 드랍이 오가고 레이스와 발키리가 뒤엉키는 난전 속에서, 상대의 클로킹 레이스에 대처하지 못한 김지성 선수는 앞마당과 멀티를 크게 날리며 패배하고 말았죠. 반면 이재호 선수는 수많은 견제 속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방어해 내며 기어코 승리를 따냈습니다. 1경기에서 보여준 배틀크루저 장기전 운영 역시 그의 단단함을 증명했습니다.

저희 팀에도 이재호 선수 같은 든든한 동료가 있습니다. 화려한 언변이나 눈에 띄는 퍼포먼스는 없을지 몰라도, 어떤 돌발 클레임(드랍 견제)이 들어와도 흔들림 없이 매뉴얼대로 완벽하게 막아내며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진짜 에이스 말입니다. 어제 시청자 댓글 중 "기초 체력의 중요성"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재호 선수의 끈질긴 집념이야말로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가장 오래 살아남는 최고의 무기임을 보여주었습니다.

4테란 조가 남긴 피로감과 프로 정신

솔직히 말씀드리면 경기가 자정을 훌쩍 넘어가면서 "D조 한 줄 요약: 극한직업 옵저버"라는 댓글에 100퍼센트 공감하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화면 곳곳에서 벌처가 난입하고 드랍십이 날아다니는 상황을 중계진과 옵저버 분들이 따라가는 것조차 벅차 보였거든요. 지루하다, 너무 길다며 불평하는 댓글들도 이해가 갑니다. 같은 종족전이 하루에 다섯 매치나 열리는 구조는 시청자에게 엄청난 피로도를 요구하니까요.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며 마우스 클릭 한 번에 8강 티켓을 걸고 싸운 선수들의 프로 정신만큼은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16강을 휩쓴 언더독의 반란, 8강의 기대감

이로써 이번 시즌 16강은 윤수철 선수에 이어 신상문 선수까지, 4티어로 평가받던 선수들이 두 명이나 8강에 진출하는 엄청난 이변의 장이 되었습니다. 절대적인 1강은 없으며, 철저한 준비와 변칙적인 노림수 앞에서는 누구든 승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여주었죠.

다들 1박 2일 생중계 시청의 여파로 뻐근한 몸을 이끌고 퇴근하셨겠지만, 오늘 보여준 선수들의 끈기와 낭만을 원동력 삼아 푹 쉬시고 내일도 각자의 자리에서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가올 8강전, 또 다른 명승부와 함께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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