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가장 밝은 것은 무엇일까요? 태양? 시리우스? 아니면 거대한 은하? 정답은 바로 퀘이사(Quasar)입니다.
이 천체는 얼마나 밝은지, 지구에서 수십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어도 망원경으로 관측이 됩니다. 만약 퀘이사가 우리 은하 중심(약 2만 6천 광년 거리)에 있었다면, 지구에서는 낮에도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나는 퀘이사를 볼 수 있었을 겁니다. 밤이 사라지는 것이죠.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 눈부신 천체의 정체가 바로 블랙홀이라는 점입니다. 빛을 삼키는 블랙홀이 도대체 어떻게 우주 최강의 조명이 될 수 있을까요? 우주 초기의 괴물, 퀘이사의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별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Quasi-Stellar)
1960년대, 천문학자들은 밤하늘에서 아주 이상한 별을 발견했습니다. 전파 망원경으로 보면 엄청나게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는데, 사진을 찍어보면 그냥 점 하나로 보였거든요.
그래서 별처럼 보이는데 별은 아닌 전파원이라는 뜻으로 준항성 전파원(Quasi-Stellar Radio Source)이라고 불렀고, 이를 줄여서 퀘이사(Quasar)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이 점 하나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우리 은하에 있는 4,000억 개의 별을 다 합친 것보다 수천 배나 더 강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저 작은 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폭식하는 블랙홀의 비명 소리
퀘이사의 심장에는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블랙홀이 아닙니다. 식탐이 엄청난 블랙홀입니다.
보통의 블랙홀은 주변에 먹을 게 없으면 조용히 잠자고 있습니다(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처럼요). 하지만 퀘이사의 블랙홀은 주변에 가스와 먼지, 심지어 별들까지 엄청난 양의 먹이가 널려 있습니다.
블랙홀이 이 물질들을 미친 듯이 빨아들일 때, 물질들은 블랙홀로 바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회오리치며 빨려 들어갑니다. 이때 강착 원반이라는 거대한 회전판이 만들어지는데, 물질들이 서로 부딪히고 마찰하면서 온도가 수조 도까지 치솟습니다.
이 과정에서 엑스선, 감마선, 그리고 엄청난 양의 빛이 뿜어져 나옵니다. 즉, 퀘이사의 빛은 블랙홀이 물질을 집어삼킬 때 물질들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과도 같은 에너지인 셈입니다. 🍽️🔥🗣️
우주의 과거를 보여주는 타임머신
재미있는 점은 지구에서 관측되는 퀘이사들은 대부분 아주 먼 거리에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퀘이사가 약 6억 광년, 멀게는 130억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지금 보는 퀘이사의 모습이 아주 먼 옛날, 우주가 막 태어나서 혈기 왕성하던 시절의 모습이라는 뜻입니다. 초기 우주에는 가스와 먼지 같은 재료들이 풍부했기 때문에 블랙홀들이 마음껏 폭식을 하며 퀘이사로 빛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우주가 나이를 먹으면서 블랙홀 주변의 먹이들도 바닥나게 되었고, 퀘이사들은 점차 빛을 잃고 평범한 은하핵으로 변해갔습니다. 즉, 퀘이사는 은하의 10대 시절,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여주는 화석 같은 존재입니다. 🔭⏳
우리 은하도 옛날엔 퀘이사였다?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도 먼 옛날에는 화려한 퀘이사였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지금은 먹이를 다 먹고 다이어트 중이라 얌전하지만요.
하지만 안심하긴 이릅니다. 앞서 말한 45억 년 뒤 안드로메다은하와의 충돌 기억나시나요? 그때가 되면 두 은하의 가스와 먼지가 뒤섞이면서 블랙홀에게 다시 엄청난 양의 먹이가 공급됩니다.
그러면 잠자던 블랙홀이 깨어나 다시 거대한 퀘이사로 부활할지도 모릅니다. 그때 지구의 밤하늘은 두 개의 은하가 합쳐지는 장관과 함께, 눈부시게 빛나는 퀘이사의 불빛으로 대낮처럼 환해질 것입니다. 물론 인류가 그때까지 살아남아 있다면 말이죠.
다음 시간에는 뜨거운 퀘이사와 정반대로, 우주에서 가장 차가운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절대영도에 가까운 온도를 가진 [우주에서 가장 추운 냉동고, 부메랑 성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주 공간의 평균 온도보다 더 춥다는 이곳, 도대체 왜 이렇게 추운 걸까요? 다음 글에서 만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