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내가 제일 잘나가", "내가 제일 커" 하며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아갑니다. 빌딩 숲을 보며 인간의 위대함에 감탄하기도 하고, 넓은 태평양을 보며 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되기도 하죠.
하지만 우주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우리가 느끼는 크기나 위대함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존재가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 태양계의 절대 군주인 태양조차 먼지처럼 보이게 만드는 괴물 별, 현재까지 인류가 관측한 우주에서 가장 큰 별 '스티븐슨 2-18(Stephenson 2-18)'입니다.
오늘은 단순히 이 별의 크기를 숫자로 나열하는 것을 넘어, 이 압도적인 거대함이 우리에게 던지는 무언의 메시지를 읽어보려 합니다. 인간의 오만을 한순간에 부수어버리는 붉은 거인의 이야기입니다.
상상력의 한계를 비웃는 크기
스티븐슨 2-18은 지구에서 약 2만 광년 떨어진 방패패-센타우루스 팔(Scutum-Centaurus Arm)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별의 지름은 태양의 약 2,150배입니다.
숫자로만 들으면 감이 잘 안 오시죠? 만약 이 별을 태양의 자리에 갖다 놓는다면,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그리고 토성까지 몽땅 별 속으로 삼켜져 사라집니다. 토성 궤도까지가 전부 별의 내부가 되는 셈입니다.
더 피부에 와닿게 비유해 볼까요? 시속 900km로 나는 여객기를 타고 이 별의 표면을 따라 한 바퀴 돈다고 상상해 봅시다.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6개월이 걸립니다. 하지만 스티븐슨 2-18을 한 바퀴 도는 데는 무려 500년이 걸립니다. 비행기를 탄 조종사가 늙어 죽고, 그 아들이 조종간을 잡고, 또 그 손자가 조종해도 착륙하지 못하는 거리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접했을 때,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선 어떤 공포감,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를 느꼈습니다. 인간의 수명으로는 고작 별 하나를 한 바퀴 도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 우주의 스케일 앞에서 인간의 시간과 공간 감각은 철저히 무력화됩니다.
뚱뚱해진 별의 슬픈 운명
그렇다면 이 별은 왜 이렇게 거대할까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걸까요? 사실 스티븐슨 2-18은 적색 초거성(Red Supergiant)입니다. 별의 일생에서 노년기에 접어든, 죽음을 앞둔 별이라는 뜻입니다.
젊은 시절 뜨겁게 타오르던 별은 수소를 다 태우고 나면, 중력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급격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마치 죽기 직전 마지막 힘을 짜내어 몸집을 불리는 복어처럼 말이죠. 표면 온도는 3,200도 정도로 태양(6,000도)보다 훨씬 낮고 차갑습니다.
저는 이 거대한 별을 보며 '화려한 몰락'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저 압도적인 크기는 사실 강인함의 상징이 아니라, 죽음을 유예하고 있는 별의 헐떡거림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크고 화려해 보이는 순간이 사실은 가장 위태로운 소멸의 직전이라는 점은, 우리 인간사의 권력이나 명예와도 닮아있는 듯하여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
'1등'이라는 타이틀의 덧없음
재미있는 사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주에서 가장 큰 별의 타이틀은 방패자리 UY(UY Scuti)가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정밀 관측 결과 방패자리 UY는 생각보다 작았고(지구와 가까워져서 밝아 보였을 뿐), 스티븐슨 2-18이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우주 어딘가에는 이보다 더 큰 별이 분명히 숨어 있을 것이다."라고요. 우리는 끊임없이 순위를 매기고 '가장 큰 것'에 집착하지만, 우주는 그런 우리의 서열 놀이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스티븐슨 2-18도 자신이 1등인지 아닌지 관심조차 없을 겁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핵융합을 하며 최후를 향해 달려갈 뿐이죠.
우리가 목숨 거는 '최고',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들이 이 광활한 우주에서는 얼마나 덧없고 가벼운 것인지, 별은 그 거대한 침묵으로 웅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겸손을 배우는 시간
오늘 밤,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세요. 비록 스티븐슨 2-18은 너무 멀어서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저 어둠 속 어딘가에 비행기로 500년을 날아가야 하는 거대한 존재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나의 고민이 너무 커서 감당하기 힘들 때, 혹은 내가 세상의 중심인 것 같아 자만심이 들 때, 이 별을 떠올리면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 저 별에 비하면 내 고민은 먼지보다도 작은 거야"라고 위로하면서요. 우주를 공부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겸손함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별이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자,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귀금속 이야기! [금반지는 사실 별들의 시체다? 중성자별 충돌과 금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단순히 비싼 보석이 아니라, 별들의 격렬한 죽음과 충돌이 만들어낸 우주적 유산으로서 '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만나요! 👋💍💥

